8월 11일, 색인 39개짜리 실패한 사이트를 앞에 두고 선택지를 고민해봤다.

선택지 4개

  • 콘텐츠 차별화. 요약 포맷을 버리고 원문에 없는 분석을 넣는다. 발행량은 줄인다. 문제는 그 분석을 누가 쓰느냐다. 사람이 쓰면 자동화가 아니고, LLM이 쓰면 이전과 다를게 없다.

  • 색인 정리. 미색인 글에 noindex를 걸어 사이트 평균 품질을 올린다. 비용은 거의 없다. 다만 정리만으로 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GEO 전환. 구글 대신 AI 검색 노출을 노린다. 하지만 AI 검색도 요약본보다는 원문을 인용한다. 파생 콘텐츠라는 문제는 그대로다.

  • 그대로 두기. 비용 0, 결과도 0.

문제는 "AI가 썼느냐, 사람이 썼느냐"가 아니었다. "고유 콘텐츠인가, 파생 콘텐츠인가" 였다. 구글이 거부한 건 AI가 쓴 글이라서가 아니다. 이미 있는걸 다시 쓴 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썼어도 단순 원본 짜집기였다면 같은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색인 정리를 하기로 하고, 그 위에 하나 더 얹기로 했다. 글(뉴스) 대신 데이터를 추적해보자. 사이트명이 'fetch-diff'인 만큼 변화 추적기를 설계해보기로 했다. 시스템이 매일 데이터를 확인하고, 바뀌면 기록하는 것. 첫 대상은 AI 구독 요금제였다. ChatGPT, Claude, Gemini, Perplexity, Grok의 플랜별 요금과 사용량 한도를 원화 실청구액으로, 값이 바뀌면 셀 단위로 이력을 남기는 비교표. 한국어로 이걸 유지하는 곳이 없다고 에이전트가 말했다.

데이터 페이지가 색인/노출 되는지, 전환 후의 글이 색인되기 시작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3주

8월 15일, 글 177개에 noindex를 걸었다. 8월 16일, 추적기를 발행했다. 8월 19일, 서치콘솔에 색인을 요청했다. Bing에도 등록했는데, 도메인 전체가 "Blocked" 판정이었다. 신생 사이트의 품질 게이트라고 했다.

9월 8일에 확인한 결과는 이렇다.

추적기는 요청 당일 크롤됐고, 색인되지 않았다. 상태는 3편의 그 문장이었다. "크롤링됨 - 현재 색인이 생성되지 않음." 이후 20일 동안 재크롤은 없었다. 서치콘솔은 이 페이지를 가리키는 사이트맵도 참조 페이지도 못 봤다고 했다. 사이트맵에 있고 홈에서 링크하고 있는데도. 구글이 이 도메인의 홈과 사이트맵조차 한 달째 다시 읽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유입 경로는 검색 하나뿐이었다. 그 하나가 두 엔진에서 막혀 있었다. 다른 경로는 만든 적이 없다. 커뮤니티에 올린 적도, 누군가에게 링크를 보낸 적도 없다. 넉 달 동안 이 사이트를 본 사람은 운영자와 크롤러뿐이었다.

트래픽은 사실상 없었다. 사이트 내 추적기 페이지에는 애초에 조회수 집계 로직이 심어져 있지 않았고(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유입이 없는거 같다는 느낌만 있었다. 실제로 cloudflare 대시보드에서 확인해보니 30일간 40뷰. 전부 내가 페이지를 열어보며 작업하던 8월 19일에서 21일 사이에 몰려있었고 그 이후 18일 동안은 거의 없었다. 유의미한 방문자는 나 하나였다.

차별점은 아직 비어 있었다. 추적기의 핵심은 변경 이력인데, 3주 동안 잡힌 변경은 0건이었다. 이력이 없는 추적기는 그냥 비교표다. 그리고 "한국어로 이걸 유지하는 곳이 없다"는 조사 결과도 틀렸다. 있었다.

마무리

이 글을 쓰는 9월 8일.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돈 때문은 아니다. 남은 비용은 도메인 연 10달러다. 서버리스 무료 티어, 정적 호스팅, git 저장소. 처음 설계한 대로 비용은 끝까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매일 아침 초안을 열어보는 사람이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에너지가 없는 제품에 노력을 더 붓는다고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다이제스트는 실패했다. 넉 달치 데이터가 판정을 내렸다. 추적기는 실패하지 않았다. 시험되지 않았다. 검색엔진에만 물었고 검색엔진은 답할 상태가 아니었으며, 사람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매일 돌던 크론을 껐다. 사이트와 데이터는 그대로 둔다. 다른 프로젝트로 갈음할지 고민해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