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는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는 해킹 이슈로 큰 타격을 입고 구조 조정을 감행했다. 백수가 되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상견례와 신혼여행도 진행할 수 있었고, 봄까지는 그럭저럭 못해온 것들을 해나가면서 나름 재충전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발자로 다시 취업을 해야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해봐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계적으로 무의미한 원서 제출 반복. 이것은 즉 무기력한 실패 경험 반복.

그 때의 나는 어딘가 나의 모든 것을 정리할 공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찾은 나의 도피처가 이 블로그였다. 지금처럼 AI를 이용한 딸깍이 아니라 직접 한줄 한줄 써가며 개발한 organic coding 이었다. 이 블로그를 만드는 과정은 나에게 "나는 아직 개발자야. 나는 개발을 놓지 않고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의 반증이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끄적이고 남길 수 있는 나만의 놀이터 같은 공간.

이 공간을 한 때의 포트폴리오만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돈주고 도메인도 구입했다. 취업한 이후로는 나 스스로도 자주 들어오지 못했던 것 같다. 유일한 방문자이자 운영자인데 ㅎ_ㅎ 생각이 멈추지 않는 나를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 잊지 말고 사랑해야 할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