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하드 항공
오랜만에 이용해보는 해외 국적기이다. 그동안 LCC의 단거리 노선을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기내식과 음료가 제공되는 비행이 조금은 기대됐다. 인천에서 아부다비로 이동하는 비행은 우리 옆의 한 자리가 비어서 편하게 비행했고, 아부다비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은 만석이라 꽤나 힘들었다.
식사는 그냥저냥, 서비스도 괜찮은 편. 모든 것이 적당적당했으나 가격이 매우 좋았으므로 만족한다.
마드리드 2박 3일 숙소 (에어비앤비)



마드리드에서는 숙소에 큰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경유지와 다름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포르투로 이동하고 싶었다. 1박에 15만원 정도를 줬는데, 이후 다른 숙소들에 비해 많이 비싼 편에 속했다.
수건 여유분이 없었고, 방이 좀 춥고 어두웠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시내 관광




첫 날에는 El Corte Ingles 백화점의 Camper 매장에서 메리제인 슈즈를 하나 장만했다. 이후 마요르 광장, 솔 광장, 산미구엘 시장 등 도심 주요 스팟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솔 광장에 있는 곰돌이 동상의 엉덩이를 만지며 소원을 빌기도 했는데, 소원은 아직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마드리드 사태 😱
전날 톨레도를 다녀오고, 마지막 날에는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겨우 근처 코인락커에 맡겼다. 우리는 밤 11시까지 마드리드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밤 12시쯤 야간 버스를 타고 포르투로 이동하면서 숙박비도 아낄 야무진 계획이었다.
아무 일정도 없었고 비도 오고 쌀쌀했다. 관광객들은 가지 않는 듯한 실내 시장 건물에 들어가서 타파스 몇 접시를 먹고 도심의 많은 가게들에서 아이쇼핑을 했다.
종일 걸으며 구경만 하니 체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 뽈뽀로 유명한 식당을 방문했다. 여기서 최강 noisy 수다쟁이 언니가 옆 테이블에 있었는데 뇌가 울리는 듯한 말소리에 음식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정열적이라 목소리 큰 사람들도 많나보구나 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 이렇게 시끄러운 사람은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저녁이 되자, 잠이 쏟아지고 몸이 힘들어 El Corte Ingles 백화점 가구 코너에 있는 소파에 기대 잠시 쉬었는데, 이 곳을 우리의 마드리드 두 번째 숙소라고 할 만큼 소중한 휴식이었다. 백화점이 끝날 시간이 되어 근처 스타벅스에서 이어서 시간을 때우다 보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버스는 11시 45분이었고, 코인락커에서 터미널까지는 차로 15분~20분 정도로 예상됐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cabify 금액이 너무 높게 잡혀서 몇 번 취소하고 다시 잡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이때 처음 잡힌 차를 탔었어야 했다. uber가 조금 더 저렴한 것 같아 uber를 잡게 되었고, 기사는 어쩐지 너무 느리게 오고 있었다. (중간에 딴 짓 했다고 확신함) 근처에 거의 다다른 기사는 픽업 지점에서 수십 미터는 떨어진 엉뚱한 곳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길 끝에 차가 보이는 듯 했지만 짐이 많았기에 기사가 제대로 오기만을 기다렸다. 곧이어 기사는 예약을 취소하고 우리 앞으로 쌩 가버렸다.
조금 화가 났지만, 곧장 다음 우버를 잡았다. 기사에게 버스를 타러 가야 하니 빠르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기사는 최대한 열심히 오고 있는 것 같았다. (토요일 밤이라 교통이 매우 혼잡한 상황) 우리가 너무 외진 골목에 있는 걸까 싶어서 기사가 올 큰 길목으로 나갔다. 우버도 우리 쪽으로 거의 다 왔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기사도 예약을 취소하고 사라졌다! 픽업 지점에서 벗어나서인지, 우리를 빠르게 데려다 줄 자신이 없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는 새로운 우버와 또다시 매칭되고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당했다. 연속 3번으로! 이럴 수가 있나? 특정한 교통 상황 아니면 우버 시스템 에러 였을 것으로 추측만 한다.
이미 시간은 11시 30분이다. 버스는 놓쳤다고 봐야한다. 근데도 나는 포기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freenow(우버와 비슷한 서비스) 차를 세워서 'Please! Please!' 하면서 냅다 태워달라고 했다. 😂 (당연히 못탐)
비가 계속 내렸고 손이 너무 시렸다. 히타쿠는 당장 가장 가까운 30만원에 가까운 숙소로 가자고 했다. 나는 잠만 자고 나오면 되니 가까운 호스텔로 가서 몸 녹이고 가장 빠른 포르투행 버스를 타자고 했다. 그랑 비아 거리 한켠에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우리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숙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토요일 밤이었기 때문의 대부분의 숙소가 full 이었다. 가까운 호텔들에 전화를 해보아도 모두 만실. 그러던 중 부킹닷컴에서 꽤 가까운 거리의 15만원 짜리 숙소를 찾았다. 즉시 예약하고 숙소 정보에 기재된 주소로 비를 맞으며 이동했다.
하지만 그 주소에 도착해서도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일반 주택 건물이었다. 급히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없었고, 겨우 히타쿠의 도시락 유심 앱을 사용해서 인터넷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집주인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업로드된 주소는 보안을 위해 올려둔 페이크 주소이니, 체크인 정보를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건물 이름을 하나 보내주었고, 현재 위치에서 'very near' 이라고 했다. 보내준 건물명으로 구글맵에 검색해보니 두 가지 결과가 떴는데 하나는 1분 거리, 또 하나는 5분 거리였다. 'very near' 이라했으니 당연히 1분 거리겠지.
해당 건물에 도착했다고 말하니, 3층의 벨을 누르라고 한다. 3층 벨은 두 개인데? I 벨을 누르라는 것 같았다. 3 - I 벨을 눌렀다. 바로 문이 열렸다. 누군가 문을 열어준 것이다. 정확히 도착한 듯 했다. 3층으로 올라가니 2개의 집이 있었다. 이 중 숙소로 추측되는 현관을 잡고 흔들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약 20초 뒤 현지인 몇 명이 올라오더니, 내가 흔들어댄 현관으로 들어갔다. 엉뚱한 남의 집 문고리를 흔들었다.
호스트는 자꾸 알발라?알칼라?알살라? 라는 이름이 써있는 현관문을 찾으라고 하는데, 건물 전체를 돌고 돌아도 그런 이름이 붙어있는 현관문은 하나도 없었다. 호스트는 우리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 건물이 아님을 깨달았다. 5분 거리에 있는 두 번째 검색결과, 그 곳은 정말 맞았을까? 우리는 추운 새벽에 비를 맞으며 너무 지쳤고 더 이상 이 호스트와 소통하며 힘겹게 숙소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부킹닷컴에 문의하여 환불을 요청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그 빌딩 0층에서 겨우 추위와 비를 피한 채로, 부킹닷컴 그리고 호스트와 수차례 통화했다. 동시에 근처 또 다른 숙소를 찾아보았지만,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근데 대체 그 건물 대문은 왜 열린 걸까?)
우리는 당장 앉아서 쉴 수 있는 24시간 카페를 찾아보았다. 단 한군데의 카페가 영업 중이었고 또 다시 비를 맞으며 캐리어를 질질 끌고 카페로 이동했다. 새벽 2시 쯤이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는 휴대폰 충전을 위한 셋팅까지 마치고 커피와 빵을 주문하여 먹기 시작했다.
'4~5시간만 버티면 되니까.. 이정도 밤샘은 해볼 만 하다'
2시 30분이 되니 직원이 곧 문 닫으니 나가라고 한다. 😄 우리가 이 카페에 와서 한 것은 30분 동안 디카페인 커피를 홀짝이며 작은 피자빵 하나를 먹고 술에 취한 마드리드 언니에게 아이폰 충전기를 빌려준 것 뿐이었다. (결국 내 폰은 충전 못함)
이 때부터가 지이이인짜 힘들었던 것 같다. 비는 여전이 내렸고,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26인치와 29인치 캐리어였다) 그랑비아 거리를 쏘다녔다. 맥도날드가 보였다. 불이 켜져있다. 들어가보니 테이크아웃만 하는 듯 하다. 몇몇 마드리드 젠지들이 우리들을 보며 낄낄대고 꼬레아 꼬레아 어쩌구 저쩌구 쏼라쏼라 거렸지만, 어쩌라고 대꾸할 힘도 없었다. 파이브가이즈는 24시간 영업인 것 같다. 다시 이동!
역시 여기도 함정이었다. 가게 문을 닫고 내부에서 직원들이 물을 뿌려가며 대청소 중이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히타쿠가 산히네스 츄러스 가게도 24시간 영업인 것 같다고 한다. 과연 진짜일까? 또 다시 비를 맞으며 간절한 기도를 드리며 이동했다. 춥고 서글펐다.
다행히 이 곳은 정말 오픈이다! 이 근방 취객은 전부 여기 모여있는 것 같았다. 시간은 새벽 3시. 우리는 노숙을 하더라도 공항이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공항행을 고민했다. 다행히 공항에서 출발하는 포르투행 버스가 아침에 있었기 때문에 당장 공항으로 이동했다.
츄러스와 라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uber를 잡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엔 기사가 취소 안 함ㅋ)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던 테슬라를 기억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찰나의 숙면을 즐기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에게 그 곳은 5성급 호텔과 다름 없었다.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며 바닥에 누워 자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그렇게 공항에서 따뜻하게 시간을 보내고, 포르투행 오전 9시 버스에 탑승했다. 내 자리가 있는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날의 일들을 '마드리드 사태'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